고등학교에서는 나름 공부법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 대학교에 가서는 수재와 천재를 보면서 공부는 역시 타고나는 것인가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직장인이 되었고, 끝날줄만 알았던 공부는 여기서도 계속되었다. 업무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사업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운동도 공부해야 하고, 재테크도 빠지지 않고 공부한다. 나중에는 자녀의 공부에 대해서도 공부하지 않는가.
그렇다. 인생은 공부의 연속이다. 그래서 공부법을 잘 알아야 한다. 제한된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공부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는 곧 교재를 정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재의 처음부터 끝 페이지 까지 차근차근 읽고 외웠다. 하지만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고등학교 공부이기에 그 방법이 통했던 것 같다. 대학에서 그런 식으로 공부했다가 괜시리 자괴감만 들었다. 공부의 양이 급격이 늘어나면, 정독하는 공부법은 소위 가성비가 안 나온다.
대학교 때 수재들을 지켜보며 나름 그들의 공부법을 벤치마킹 했다. 그들은 빠르게 훑는다. 일단 암기하고, 그 다음에 이해한다. 아무것도 몰라도 기출문제부터 쭉쭉 풀어 나간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사례도 있다. 수학 박사 대학원생에게 기초 수학 강의를 들었다. 최고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수학자의 길을 걷고 있던 그는 수학 공부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학은 암기다." 그는 연습문제를 외우라고 했다. 수학은 공부할 수록 암기 과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주변에 수학을 잘 하는 의약계열 친구도 같은 말을 했다.
그때 깨달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수학은 암기 과목이다. 공부는 효율이다.
작가 우쓰데 마사미는 <0초 공부법>에서 극단적인 표현 "0초"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설명한다.
효율적인 시험 공부 방법은 무엇인가?
객관식 시험은 기출문제부터 봐야 한다. 기초를 잡겠다고 참고서적 먼저 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두꺼운 책에 압도되어 처음 몇~몇십 장만 들추다가 끝난다. 그리고 "나는 공부랑 안 맞는 것 같아"라고 선을 그어 버린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출문제를 보면 다르다. 어떤 문제가 나오고,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공부의 끝은 시험 아니던가. 기출문제를 보면서 그 끝을 보면 막연했던 시험이 구체적인 목표로 가시화된다.
핵심은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를테니 풀지 못한다. 그저 쓱쓱 훑어보면 된다. 문제를 이해하려 하지 말자.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도 말자. 그저 읽어보자.
단, 논술형이나 서술형 문제가 있는 시험이라면 기출 문제와 참고서를 병행해야 한다. 용어와 정의 등에 대해 객관식 시험보다 정확하고 엄밀하게 기억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참고서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멈추지 말고 읽자.
저자는 책을 읽을 때, 멈추지 말라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0초 독해'이다. 여기서 0초는 망설임, 어려움, 고민의 시간이다. 읽을 때 그런 시간들을 0초로 두고, 쭉쭉 읽어 나간다. 모르는 부분을 천천히 읽거나 멈추어 생각해보지 않는다. 과감하게 건너 뛴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무언가를 읽을 때는 단기 기억력이 많이 쓰이는데, 내용이 어렵다고 막혀서 쩔쩔매는 순간 여기에 뇌의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많이 소모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흥미를 잃는다. 결국 공부는 그렇게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읽을 때 멈추면 안 된다. 건너뛰면서 읽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복하는 것이다. 책을 정독한 적이 많지만, 다음날 기억나는 부분은 많지 않았던 경험이 수두룩하다. 반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 혼신의 힘을 다해 읽고 나서 힘이 빠져, 책을 두 번 다시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0초 독해'를 하면 지치지 않는다.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첫 번째 '0초 독해' 덕분에 우리는 지식과 정보가 조금은 생겼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의 '0초 독해'를 하면 에너지는 적게 쓰면서 습득하는 지식은 늘어나게 된다.
목차 - 제목 - 소제목 - 목차 반복하기
'0초 독해' 방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목차를 읽는다. 목차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그 구조의 요약집이다. 목차를 읽으면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또 목차는 보통 수 페이지 이내여서 부담되지도 않는다.
목차를 본 다음에는 제목과 소제목만 읽으면서 책을 넘긴다. 내용을 보지 않도록 하자. 제목과 소제목은 그 책의 키워드이다. 키워드만 보더라도 내용에 대한 감이 잡힌다. 여기서 막힌다면 다시 목차 보기로 돌아가자. 안 막힌다면 소제목까지 쭉 훑어본다.
이후에는 소제목 이하의 내용까지 읽는 범위를 확장하자. 막힌다면? 다시 목차로 돌아온다.
의욕? 동기부여? 필요 없다.
노력, 의지, 의욕, 열정, 정신력. 모두 좋은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의 결과가 무엇인가.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작금의 현실을 바꾸는 것은 의지와 노력이 아니다. 지속적인 행동이다. 오히려 행동하면 의욕이 올라간다. 성적이 잘 나오거나, 매출이 증가하거나, 실적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의욕이 생긴다.
이는 뇌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뇌의 중격의지핵이라는 부분은 공부 혹은 행동을 하면 활성화된다. 그리고 여기서는 의욕의 원천이라고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생각 말고 행동하라" 는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공부나 행동을 바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작심은 3일이면 오래 가는 것이다. 먼저, 허들을 낮추어 놓자. 두꺼운 책은 파트 별로 찢어서 분리시키자. 500 페이지 교재를 100 페이지씩 5개로 나누는 것이다. 100 페이지 짜리 모음을 보면 500 페이지 짜리 보다 훨씬 부담감이 덜하다.
또, '0회 독해'를 극단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목차만 훑고 공부를 끝내는 것이다. 아니면 공부해야 할 책들의 제목만 보고 1회독 했다고 인정해보자.
공부 시작이 어렵다면, 그냥 떠올려보자. 공식이든, 목차든, 무엇이든 떠올려보자. 그게 공부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동이 걸리면, 그 다음부터는 공부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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